정토마을 공양간의 하루는 오전 5시 50분에 시작된다. 
어두운 새벽, 대문을 열고 공양간을 향해 달려오는 자애 보살님과 학사 공부에 매진하면서 불화를 그리는 처녀 현영 보살님이 대중 공양을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정토마을의 귀여운 두 명의 행자님들이 함께한다. 비록 설거지와 식사 때 필요한 그릇들을 정리해 주는 정도이지만, 공양간의 화사한 꽃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아침 7시, 대중 목탁 소리와 함께 공양간의 식사는 두 줄로 나누어 뷔페로 차려진다. 한 곳은 스님용으로 노스님과 비구니스님들, 티벳 스님들과 행자님과 객 스님들이 드시고, 다른 한곳에는 재가자들이 편안하게 드실 수 있도록 차려진다. 
학교에 가시는 티벳 스님들의 도시락까지 챙겨야 하는 하루 중 가장 분주한 아침이 끝나고 나면 공양간 식구들은 각자의 방에서 잠시 쉼을 가지게 되고, 오전 10시가 되면 다시 북적거리며 많은 대중이 먹을 점심 준비가 시작된다. 점심 공양은 아침과 달리 많은 양의 식사가 준비된다. 스님들과 직원뿐 아니라, 병원의 보호자들과 점심시간 공양간에 오시는 손님들을 위한 따뜻한 밥상이 정성껏 차려진다. 저녁에는 따뜻한 국과 두 가지의 새 반찬 정도로 하루 중 가장 간단한 공양으로 공양간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일과를 마치고 각자의 집과 방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밤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 자신을 뽐내는 시간, 행복함이 묻어 있는 오늘을 마무리한다. 
정토마을의 금차원 공양간은 행사나 기도가 있을 때는 초비상이 된다. 행사마다 나가야 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르다 보니 정토마을의 공양간은 늘 바쁜 오늘을 보낸다. 
얼마 전 정토마을은 2박 3일 동안 일 년 양식이 될 김장을 담갔다. 2,200포기 배추와 열무김치, 석박지, 동치미, 백김치를 했다. 첫날은 배추 자르기와 절이기, 둘째 날은 배추 씻어 물빼기와 모든 재료 씻어 썰기, 셋째 날은 양념 버무리기와 각종 김치 담기, 김치 저장소로 옮기기, 정리정돈을 기준으로 정토마을의 김장은 끝이 났다. 
2박 3일 동안 공양간에는 그야말로 폭탄 맞은 것처럼 난장판이었지만 봉사자분들의 도움을 보태며 그 많은 봉사자와 직원들의 공양을 묵묵히 맛나게 만들어 올릴 수 있었다. 

 

김장을 마치고 쉴 새도 없이 운문사 학인 스님들을 위한 ‘생사의 장’ 5박 6일 교육이 시작되었다. 70명의 학인 스님과 대중의 끼니를 준비하면서 숨 고를 새 없는 분주한 공양간이었지만, 준비된 공양을 맛있게 먹고 있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감과 뿌듯한 마음이 샘솟아 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5박 6일 동안 공양간에서 함께 해주신 봉사자 보살님과 거사님들의 손길에서 따뜻함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인원을 위한 공양을 하루도 아닌 여러 날을 무사히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해진다.
평소보다 이른 새벽 4시 30분부터 공양 준비를 하고, 더 늦은 마무리를 해야 했던 날들이 힘들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서로를 위하며 행복하게 공양을 만드는 공양간 식구들이 있어 행복한 오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정토마을의 공양간은 숨쉬고 있는 인정과 사랑이 샘솟는 곳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한 꿈을 만든다. 이 따뜻한 공간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정토마을 계간지 2020. 1월호)

 

태감스님│정토마을 원주

강원을 졸업하기도 전부터 원주소임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과 갈등으로 지내던 어느 날,

사리암과 북대암 그리고 내원암, 청신암을 종횡무진하면서 바람결에 고민과 갈등을 날려 보내고 운문사 대웅전 앞에 서서 부처님과의 독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홀가분했다. 그렇게 웃음과 함께 찾아든 따뜻함은 정토마을의 원주소임에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시작한 원주소임이 벌써 7개월을 달리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시속 80km로 안정적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소임과 공양간이다. 

처음에는 저온 창고에 있는 식자재를 보면서 식단을 짜기 시작했다. 무엇이 저온 창고에서 숨 쉬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했고 재고 조사를 하면서 우리 식구들이 어떤 먹거리를 잘 먹는지를 파악해야 했기에 늘 저온 창고와 함께였다.

안정을 찾은 지금은 일주일 식단을 미리 정하여 놓고 보살님들이 다음 끼니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고 재료의 전처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여유와 평온이 함께하는 공양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그와 더불어 정토마을 공양간에 바뀐 것이 있다면 매주 별좌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보살님 세분이 돌아가면서 한 파트씩 별좌로서 음식을 만들고 다른 두 분은 전처리하면서 별좌를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은 알아서 별좌 놀이를 즐기고 있다. 우리 공양간에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각자의 개성이 있고 손맛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맛과 조금 더 나은 맛의 조화와 화합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번 주 별좌보살님이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내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지원과 보시를 받아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생일공양이나 감사의 공양, 기타 다양한 공양이 들어오면 그 공양에 맞는 요리들이 사시 때 대중들을 기다린다.

 

정토마을의 공양간은 스님들만의 공간이 아니므로 직원, 문병 오신 가족이나 친인척들도 공양 시간이 되면 누구나 오셔서 공양을 드실 수 있다. 

오신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우리 공양간의 음식은 밖에서 먹는 음식과는 차이가 크게 있다. 그리고 요즘 채소는 대부분 정토마을 밭일을 도맡아 하시는 도감스님이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상추, 쑥갓, 고추, 오이, 가지, 깻잎들을 무치고, 볶고, 찌고, 생으로 내는 등 다양한 요리로 대중들에게 찾아간다.

또한 일주일에 1번씩 잔치국수, 짜장, 카레, 떡볶이 등 별식으로 우리 대중이 즐겁게 함께 공양을 할 수 있도록 계절 먹거리로 입맛을 달랜다. 

입맛 없는 무더위 속에서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으며 더위를 식혀야 하는 여름이 지나고 나면 살랑살랑 바람 불어오는 가을이 찾아온다. 이렇게 찾아오는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 불리는 만큼 과일, 곡식, 채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뽑내고자 공양간으로 줄지어 찾아온다. 이렇게 찾아들어 오는 우리의 먹거리들은 계절에 맞게 변신을 하며 오늘도 변함없이 정토마을 대중들을 기다린다. 

 

 태감 │정토마을 원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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