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마을 교육원에 들어서면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하는 똑순이 이영실(법명. 별리) 부장이 있다. 자신의 속명 보다는‘별리’라는 법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소탈한 성품의 그녀는 기관의 부장이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권위를 찾아 볼 수 없이 온몸으로 일을 한다.

그런 그녀가 능행스님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7년 9월 정토마을 마하보디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그녀는 입사 이전까지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활동을 도왔다. 그렇게 열정을 다했던 5년의 활동을 접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던 어느 날, 우연히 공중파를 통해 능행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다큐 ‘삶의 끝에서 길을 묻다.’를 접하게 되었고 거기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여있는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능행스님을 발견하게 된 것 이다.

당시 이영실 부장의 눈에는 스님의 열정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그 뒤에 드리워진 고독의 긴 그림자가 보였기에 잔잔한 여운은 오래도록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더란다. 그 진한 감동을 안고 지내던 2년 뒤, 우연히 신문에서 정토마을 직원 공개 채용 광고를 보고 반가움과 벅찬 기대로 응시를 하게 되었다고. 물론, 감사하게도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정토마을과 이영실 부장의 본격적인 인연이 주어진 것이었다.

 

마하보디 교육원은 그녀가 입사하던 2007년 9월 개원을 했고 지금의 자재요양병원 자리에는 문을 닫은 허름한 공장 건물만 있었으니 불모지나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그 막막한 시절에 하나 둘 봉사를 오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단을 꾸렸어요. 교육원 개원까지 불철주야 헌신해 주신 분들은 1호 봉사단 ‘정념회’였어요. 말 그대로 밤을 새우며 행사를 준비해 주셨기에 초창기 교육원은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겁니다. 이름을 한분 한분 거명할 수는 없지만 정념회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며 초기의 상황을 차분히 들려주고 있었다.

연일 병원의 개원 업무와 법인의 업무 등 과중한 일상에서도 눈살 한번 찡그리는 법이 없는 그녀에게 “가장 큰 보람으로 다가서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라고 물었다.

주저 않고 들려주는 말, “교육을 이수한 수료생들, 스탭들이 하나 되어 서로 교감을 느끼는 순간 입니다. 그 순간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의중을 읽을 수 있으며 ‘참 이 길을 잘 선택했구나.’라는 환희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지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기억에 남는 순간을 낱낱이 들려주었다. “교육원 개원식 때의 일입니다. 개원 며칠을 앞두고 한통의 전화를 받았지요. 어느 비구스님이셨습니다. 스님은 ‘몸이 불편하지만 개원식에 꼭 참석하고 싶다. 강원도에서 가는데 위치를 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개원 당일 건강이 허락지 않아 못 가게 되었다는 통보였지요. 허나 정토마을에 꼭 가고 싶다는 말씀과 함께 산골의 토굴에서 생활하는 당신에게 소식지 보디사트바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때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도 스님은 가끔 전화를 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스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비단, 그 스님 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그런 유사한 전화를 해 주시거나 격려를 보내주시기에 임직원들은 지칠 줄 모르고 원장 능행스님과 운명을 함께 할 수 있지 싶습니다.”며 잔잔하게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이제 마하보디교육원은 불교호스피스교육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이유인즉, 올해로 불교전문 호스피스교육이 20년을 넘었고 그 수료생들 또한 2천여 명에 이르러 그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최고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선배가 되고 후배가 다시 태어나는 오랜 전통이 이곳 교육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바로 그 불교호스피스교육의 역사와 노하우를 이영실 부장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데 그녀의 애정과 자랑을 옮기자면 이러하다. “20년 전통의 독보적인 비법은 전통과 변화의 경계를 아우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를 사용하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으로는 창의적이지도 않으며 전통을 지킬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 가지가 고루 섞이어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때라야 어느 분야든 빛을 발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저희 공동체는 자원봉사자와 후원자가 이루어내고 지속 가능하도록 큰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특별한 공동체입니다.”라며 교육원의 현재와 미래를 꼼꼼히 짚어주는 그녀이다.

그런 이영실 부장에게 바람을 물어봤다. “공동체의 가치와 사명을 우리가 맡은 소임에 담아 가꾸고 키워내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우리의 이 숭고한 정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제가 그 일원으로서 자비를 실천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의식을 성장시켜나가는 진정한 정토인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녀의 모습에서 굳은 결의가 느껴지며 참 아름답고도 귀한 존재라는 생각에 마음은 한량 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마치 청량한 바람을 몰고 온 가을 하늘처럼.[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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