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편히 주무시고 계신지요?

지난 번 뵈었을 때 밤낮으로 잠을 잘 못 주무신다는 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 맞은 햇살의 느낌은 어떠셨는지요?
오늘 아침 맞은 공기와 바람의 온도는 어떠셨는지요?
오늘 아침 만난 분들은 어떤 모습들이었는지요?

 

테라피를 하고 오면 문득문득 뵈었던 분들이 오늘은 어떠실까 떠올려지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저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낮게 속으로 몇 번씩 불러봅니다.

 

그냥 오늘 아침 보살님 안부가 조금 더 궁금해졌고 꼭 전하고 싶은 제 마음이 있어서 적어 보내봅니다. 늘 그곳을 다녀오면,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길게는 1년, 짧게는 단 한번 여기서 만나게 되었을까 되돌아봅니다. 불법을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깨친 것이 있다면 내 밥상에 오르는 밥 한 톨, 콩나물 한 가닥, 늘 입는 옷이 내 몸에 걸쳐지기까지 만인의 노고와 땀이 녹아들어 있다는, 그래서 천지 만물의 은혜로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보살님 옆에 계신 어르신은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지으셨다지요?

 

어쩌면 제가 그 분이 지으신 마늘 한쪽을 먹었을지 모르는 일이고, 맞은편에 계셨던 스님은 늘 중생들을 위한 기도를 해주셨기에 그 기도가 인연되어 그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으라고 뵙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곤 합니다. 보살님과의 인연은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번 제게 불교의 핵심 교리를 말해주시고는 종범스님 설법을 권해주셨지요.

 

아마도 불법 제대로 배워서 법에 따라서 똑바로 살라는 그 가르침을 주시려고 뵙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주말에 종범스님 설법을 찾아 들어보면서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본질을 보도록 해주시는 성성한 법문이 참으로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한번 보살님 모습이 떠오르고 비록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뵙게 되었지만 인연됨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어 혼자서 눈물을 닦았습니다. 법을 전해주시는 또 한분의 선배 도반으로서, 스승으로서의 인연이 보살님과 저의 참으로 귀한 인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보살님은 제게 돌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셨습니다. 받는 분의 심리적, 육체적 컨디션을 주의 깊고 세심하게 살피기보다 내 추측에 이렇게 해드리면 좋지 않을까하고 했던 행동들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불편함을 드렸을까를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보살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공부 제대로 해서 잘 쓰이겠습니다. 

때때로 넘어지더라도 고통 속 연꽃의 법향을 전해주신 보살님 생각하며 방일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많이 힘드시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두손 모으는 일 뿐입니다. 멀리서 보살님 위해 두 손 모아 부처님께 기도 올립니다. 아미타부처님 자비의 빛이 함께 하셔서 이 순간 그저 평안하소서 _()_

 

2018년 5월 24일. 손재선 두 손 모아 드림 _()_

 

※손재선 님은 호스피스병동에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환자 돌봄을 해주시고 계시는 요법강사님이자 호스피스전문 자원봉사자입니다. 강사님께서 환자와 나눈 아름다운 소통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두 분께 허락을 구하고 편지를 실어봅니다. 이 편지를 읽으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 아름다운 순간을 만드는 이 공간에 함께하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과 인연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느낌들이 올라오시나요? 지금 여러분의 공간에도 아름다운 순간들이 항상 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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