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딱지’라는 상실의 여정을 잘 표현한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의 주인공인 아이는 엄마를 잃고 아빠와 단둘이 살아 가는 과정에서 우리를 두고 간 엄마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엄마를 잊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엄마를 잊지 않기 위해 엄마 냄새가 새어 나가지 않게 집 안의 창문을 다 닫아 놓고, 엄마 목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귀를 막고 입을 다문다. 엄마 목소리를 듣기 위해 무릎에 난 상처를 자꾸 뜯는다. 그러다 할머니가 오셔서 엄마는 네 가슴 오목한 곳에 영원히 있다고 가르쳐 준다. 비로소 아이는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게 되고 무릎딱지엔 새 살이 돋아나 매끈해진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한 죽음을 맞는 환자의 5단계(부정, 분노, 우울, 타협, 수용)가 상실의 과정을 겪는 아이에게서도 거의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의 눈을 빌려 쓴 그림책 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감동이다.

죽음은 어찌 보면 남은 사람의 몫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별가족의 모임인 ‘별아람’이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다시 오고 싶지 않을 장소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분에겐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할 것이고 비슷한 상처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할 것이다.

제11회 ‘별아람’모임에서 이 책을 읽어 드렸다. 모두의 마음이 먹먹해졌고 사별가족은 눈물을 흘리셨다. 눈물을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셨다. ‘저녁에 내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는 것이 제일 쓸쓸해요.’ ‘지금도 어디 여행 가신 것 같아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릅니다.’ ‘부모보다 남편을 잃었을 때가 더 힘든 것 같아요.’ 등등 이 곳에서 자신의 상실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 같이 기도해 주고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곳.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편안한 곳.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따뜻한 곳. 그래서 ‘별아람’ 사별가족모임은 참 소중하다. 그리고 그 곳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

윤정숙 독서치유사


독서치유사 윤정숙님은 정기적으로 호스피스병동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책과 시를 통해 당신들의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시는 호스피스전문봉사자이자 요법치료사입니다. 윤정숙님처럼 환자와 보호자들의 상실감을 어루만지고 삶의 의미를 함께 찾아가는 역할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토마을호스피스병동에선 연2회 호스피스전문자원봉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나의 시간과 재능을 다른 이와 나누는 경험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의 의미를 가져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http://www.jajae-hospital.com

 

정토마을자재요양병원

원무부장 채용 합니다... 직책 : 원무부장 2. 원무행정 경력자.. 2017.07.28

www.jajae-hospital.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