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 히말라야산맥 속의 마을, 라다크. 

198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그것도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통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 이전에는 그들만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이어 왔다. 티벳불교가 그들의 정신적 기둥이 되고, 강력한 공동체 정신이 그들의 삶을 이끌어 왔다. 어디를 가나 마니차가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은 수시로 마니차를 돌리면서 모든 생명체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하는 불보살의 땅이다. 일 년 중, 4개월 정도만 농사가 가능하고 나머지 8개월은 영하 이삼십 도의 추위가 이어지고 강우량도 거의 없는 척박한 땅이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서로 협동하며 검소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지금은 산업화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의 표정은 밝고 맑고 아름다웠으며 항상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능행스님의 원력으로 보살도를 실천하는 정토마을 공동체에서는 지난 7월 8일, 10일간 일정으로 불보살의 땅, 라다크로 의료봉사 활동을 떠났다. 전국에서 자원해서 모인 39명의 봉사단원은 각자의 소임에 따라 철저한 준비와 각오를 다졌다. 의료진은 인도 의사들과 한국 의사로 구성되었고 간호사들도 분야별로 배치하였다. 의약품은 법규 내에서 영양제, 구충제, 칼슘제, 오메 가, 비타민, 파스, 한방소화제, 마스크 등 최대한 많이 한국의 의약품을 준비하였고 환자들에게 나누어 줄 다양한 생필품도 마련하였다. 그곳은 햇볕이 워낙 강한 곳이어서 선글라스를 500여 개나 준비하였다. 분야별로 관련자들이 모여서 여러 차례 사전점검도 모두 마치고, 엄청난 화물들은 각자 15kg에서 25kg까지를 나누어 담았다. 따라서 개인 소지품은 최소화했다. 라다크 사정이 열악한 곳임을 고려하여 각자 침낭과 물을 끓이는 포트까지도 준비했다. 7월 8일 인천공항에서 마주한 얼굴들은 모두가 환하고 밝았다. 자비행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쭐대거나 교만해서는 자비행이 될 수가 없다. 한없이 자신을 내려놓고 텅텅 비울 때 비로소 무량심이 일어나고 자비행이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델리 공항에서 라다크행 국내선으로 갈아탄 비행기는 무려 4시간이나 늦게 출발하였지만, 인도인의 문화는 그리 대수로운 것은 아니었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는 오랜 그들의 삶의 태도는 무엇이나 수용하는 자세였다. 비행기는 단숨에 히말라야산맥을 넘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돌산이거나 설산이었다. 계곡 깊은 아래로 실오라기처럼 이어지는 푸른빛의 수목들은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길을 따라 이어진다. 산맥을 넘은 비행기는 급격한 경사를 피해 오른쪽으로 멀리 우회해서 활주로로 접근한다. 해발 3,500m, 사람이 사는 곳으로는 대단히 높은 고도이다. 산소량은 평지보다 40% 정도가 부족한 곳이니 조금만 급히 움직여도 산소가 부족하여 맥박은 분당 100회 정도로 오르내린다. 눈길을 걷듯이 모두 서두르지 않고 조심조심 움직인다. 5분 정도 차를 타고 드디어 우리의 목적 라다크 심장재단에 도착하였다. 고산 적응을 위해 그다음 날도 휴식을 취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7월 11일 드디어 우리의 목적인 의료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수백 명의 사람이 8시 이전에 이미 병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대중교통이 없는 곳이 많아서 진료를 받기 위해 2박 3일 동안 달려온 분들도 있었고 100km 거리를 새벽에 출발해서 도착한 사람들도 있었다. 진료는 질서 있게 잘 이루어졌다.  의료진 5명은 많은 환자를 진료하느라 잠시 쉴 틈도 없었고, 약제팀, 안내팀을 비롯한 6개로 구성된 팀원들도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며 진료 활동을 도왔다. 라다크 사람들은 만트라 수행이 생활의 기본이다. 오랜 수행 탓인지 모두가 환한 얼굴이 었다. 선물도 욕심내지 않고 한 가족이 한 개만 받아 갔다. 진료를 마친 사람들은 병원 마당에서 소풍 온 아이들처럼 가지고 온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다. 봉사자가 다가가면 자리도 권하고 보리빵도 권하며 친절하게 맞아준다. 그들의 천성처럼 보였다. 

 

아무 탈 없이 모든 진료 일정을 종료하였다. 12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필요한 의약품들을 처방하였다. 산부인과 진료에서는 124명이 자궁암 환자로 의심된다는 진료 결과가 나왔다. 그들에게는 인도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고 치료받도록 안내하였다. 암 환자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원하였다. 특히 이종진 원장(한의사)이 진료를 맡은 한방과는 환자가 가장 많아서 보람도 있었지만, 수고도 많았다. 

범망경(梵網經)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다.

“만약에 불자가 일체의 앓는 사람을 볼 때에는 언제나 정성껏 공양할(보살필) 것이며 부처님을 대하듯 해야 한다. 여덟 가지 복전(福田) 중에 환자를 보살피는 복전이 제1의 복전이다. 사찰이나 성읍, 광야, 산속, 도로 등에서 병자를 보고 구제하지 않으면 경구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토마을의 의료봉사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라다크는 지금은 해발 3,500m가 넘는 히말라야 산속에 위치하지만 오랜 옛날에는 바다 밑이었다고 한다. 지각판의 이동으로 인해 융기 해서 만들어진 땅이다. 몇 군데 사원을 참배하면서 지금은 세계에서 최고 높은 산맥이지만 과거에는 바닷속이었다는 사실을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동글동글한 주먹 돌과 모래들이 쌓여서 산을 이루고 있다.
삼법인은 불교의 근본진리이다. 첫 번째가 제행무상의 진리인데 이번 봉사활동에서는 바다가 산으로 변한 것을 보면서 그 진리를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봉사활동과 더불어 소중한 공부였다.

[2019. 정토마을 가을호]

 

김경일 │인솔단장,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교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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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이들을 돌보는 것은 붓다인 나를 돌보는 것이며 몸이 아픈 이들에게 약을 공양을 올리는 것은 나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 중에서 정토마을 능행스님과 함께하는 국경없는 민들레 스리랑카 의료봉사 스리랑카 의료봉사는 2003년과 2017년 두차례의 쓰나미로인한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마타라 데니야야 지역으로 갑니다. 함께해주세요. 많은 분들의 동참은 어려운 그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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