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랜디 포쉬(Randy Pausch) 교수는 건강문제로 대학을 떠나면서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한 <마지막 강의>에서 아주 감동적인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행한 강의 내용 전부가 감동적이었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벽 이론(The Brick Walls Theory)'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언급한 '벽 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But remember, the brick walls are there for a reason. The brick wallsare not there to keep us out. The brick walls are there to give us achance to show how badly we want something. Because the brick wallsare there to stop the people who don't want it badly enough. They'rethere to stop the other people.”
“벽돌담은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 벽돌담은 우리를 안으로 못들어가게 하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벽돌담은 우리가 그 어떤 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를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벽돌담은 그것을 아주 간절히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벽돌담은 다른 사람들을 저지하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Remember brick walls let us show our dedication. They are there to seperate us from the people who don't really want to achieve their childhood dreams. Don't bail. The best of the gold's at the bottom of barrels of crap.”
“벽돌담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전심전력을 보여주도록 시킨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것은 우리들을 어린 시절의 꿈을 달성하기를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분리시키기 위해 그곳에 존재합니다. 결코 중단하지 마십시오. 가장 좋은 황금은 쓰레기더미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합니다.”

결국 오래 전에 꾸었던 까마득한 높이의 성벽(城 壁)은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언젠가는 넘어야할 장애물인 것이며, 이러한 장애물이 존재하는 것은 꿈을 달성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자를 테스트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모두들 망연자실(茫然自失) 주저앉아 좌절하고 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연(憤然)히 앞장서 떨치고 일어나 벽을 타고 오르며 희망(希望)을 노래 하는 자그만 담쟁이 잎 하나...

그런 담쟁이 잎들이 존재했기에 인류의 역사는 그나마 발전하는 방향으로 면면(綿綿)히 이어져 내려 왔을 것입니다.

 

담쟁이 

도종환詩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14년 자재병원을 건립하고 푹 삶긴 풀처럼 땅을 베고 누워있을 때 저는 이 시를 만났습니다.

저는 어느 날 병원을 완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놀려버린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병원 앞 길목에 살고 있는 담쟁이를 만나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아~하

담쟁이 넝쿨은 벽을 결코 뛰어 넘으려 하지 않고 천천히- 기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저 담쟁이는 벽에 살면서도 저렇게 푸른 잎을 피우는구나 생각 하니 담쟁이의 인욕과 정진의 힘에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흘러갔습니다. 어린 담쟁이의 삶의 터전은 흙 한 톨도 없고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메마른 벽, 그 벽을 의지하여 푸른 잎을 피우며 서로 힘을 내고 있었습니다. 서로 함께 힘을 모아 의지하며 배려하고 힘이 되어주면서 벽을 넘는 모습에서 저도 또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정토마을을 위해 기도하는 후원 가족들이 곁에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담쟁이는 뿌리로 벽을 뚫고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벽을 붙들고 포기하지 않았던 거죠.

혼자만 살 길 찾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천개의 이파리가 손에 손을 잡고 한 발짝씩 나아가느라 저렇게 느리게 가면서도 어느 견딜 수 없이 뜨거운 날에도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저 또한 모든 일에서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삶의 벽을 오르고 있는 듯 합니다.

메마르고 거친 회색 벽의 환경을 푸른 잎으로 덮어 주는 담쟁이처럼 정토마을을 일구는 사람들과 함께 저도 질병으로 갈라진 마른 벽을 푸른 사랑으로 덮어 가 보려합니다. 담쟁이처럼 걸어 보려합니다.

 

정토마을을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손잡고 벽을 넘어 저 푸른 초원으로 나가보려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때때로 벽을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권력과 물질 그리고 권위로서 벽을 파괴 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길, 타인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길, 길 없는 길에선 사람들에게 희망의 길이 되어주길 그 길을 담을 넘는 담쟁이처럼 그렇게 걸어가 보려합니다.

정토마을 국경없는 민들레 홀씨되어 그대와 나는 지금 담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계간지 정토마을. 2019 봄호)

 

기해년 오월 능행 합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