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교계 최초 호스피스 전문병원을 세우고, 
20년 동안 죽음을 배웅해온 비구니 능행 스님의 
삶보다 더 값진 죽음에 관한 이야기

톨스토이의 말처럼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 또한 죽음일 것이다. 도대체 죽음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불교계 최초로 호스피스 전문병원을 건립하고 죽음을 배웅해온 비구니 능행 스님의 20년 세월의 총결산이다. 실제 죽음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죽음을 맞닥뜨리며 보고 듣고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는 물론, 그동안 사유하고 성찰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다. 또한 문학, 철학, 영화 등의 다양한 관점으로 죽음을 조명하고 이야기하며, 고독사나 존엄사와 같은 조금은 민감하게 다뤄지는 죽음에 대한 고찰까지 담아냈다. 능행 스님은 죽음을 터부시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놓고 꺼내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경험해보자. 

 

책 속으로

죽어가는 분들을 돌본 지 올해로 꼭 20년째입니다.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며 아팠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죽음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 세상에서 모두 수행자로 살고 있다는 것, 현재의 삶이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모든 여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지은 만큼 받게 되는 ‘인과응보’의 법칙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 이 세 가지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p.6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문화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 이자 안심이다. 자신이 살던 정든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집과 마을이 산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 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화시켜야 한다.--- p.23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재생의 삶으로 가기 위한 기회이다. 죽음으로부터 또 다른 희망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과 대면해야 할 때 끌려가듯이 죽음을 맞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삶을 향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그랬으면 참 좋겠다.--- p.64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필요한 건 하나를 버림으로써 하나를 얻고,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아는 것이다. 물질의 욕망에 사로잡혀 헛된 욕망만 쫓는 삶은 부박하다. 물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 진정 삶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소유가 소유다.--- p.101

삶에만 전략과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도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구원의 정체성과 함께 평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재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으로 죽음을 앞둔 분들을 도와야 한다.--- p.165

죽음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어찌 보면 죽음은 예의가 없다. 당신에게 언제 가겠다고 다정히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불시에 찾아와서 당신을 사뭇 당황스럽게 만든다. 죽음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차별하지 않으며 학벌과 지위를 논하지 않는다. 또한 나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죽음은 삶처럼 불공평하지 않다.--- p.184

삶은 불꽃과 같다. 불꽃이 되어 터지기 전에는 한 줌 화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터지는 순간 불꽃은 훨훨 타올라 밤하늘을 형형색색 아름답게 수놓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재가 되어 떨어진다. 삶도 그렇다. 우리는 아직 터지지 않은 불꽃에 기대할 수도 있고, 터지고 난 뒤 한 줌 재가 되어버릴 것에 실망할 수도 있다. 다만, 불꽃같은 삶을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p.223

 

출판사 리뷰

수천 명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한
능행 스님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

탄생과 동시에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오고 있다. 수많은 성인, 철학자, 작가들은 죽음에 대해 무수한 질문을 던지며,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분석해왔다. 과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철학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했고, 그에 관한 저서들 또한 쏟아졌다. 여기 20년 동안 실제 죽음의 현장에서 수천 명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해온 비구니 능행 스님이 있다. 천주교 호스피스 시설에서 죽음을 앞둔 한 비구 스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불교계 최초 호스피스를 건립한 능행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죽음을 총망라해, 우리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깨달음을 주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한 가지 측면에서만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능행 스님은 문학, 영화, 철학, 종교 등 여러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고 고찰한다. 또한 지난 20년간 죽음을 배웅하며 겪은 가슴 한편을 찡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실화들은 물론, 죽음이 터부가 된 사회에 대한 따끔한 일침, 조금은 민감한 주제인 고독사와 존엄사 문제, 느닷없이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준비와 죽음 교육의 필요성, 더 나아가 죽음을 앞둔 이들을 어떻게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오로지 삶만 생각하는 우리에게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지를 역설하고 있다. 삶 속에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기는 어렵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저절로 삶의 의미를 되짚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죽음은 물론 삶에 관한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어떤 숨을 쉴 것인가
어떤 숨을 거둘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힐링’이라는 말이 하나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힐링’의 대중화는 ‘킬링’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의 방증인지도 모른다. 더 빨리 달리라고 재촉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입시에, 대학생들은 취업에, 직장인들은 승진에 끊임없는 무한경쟁 속을 내뛰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숨 돌릴 틈의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달려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위, 숨과 숨 사이, 그리고 숨의 흔적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오늘날의 세태에 능행 스님은 ‘어떤 숨을 쉬며 살아갈 것인가’에 주목한다. 이 책은 팍팍하고 거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숨을 위해 쓰여졌다. 턱에 닿을 듯 가쁘게 몰아쉬는 숨에는 화, 슬픔, 아픔, 외로움이, 새근새근 아이처럼 내쉬는 고운 숨에는 숭고함, 아름다움, 사랑이 존재한다. 어떤 숨을 쉴 것인가는 어떤 숨을 거둘 것인가와 다르지 않다. 거친 숨을 쉬며 살아낸 삶은 그 마지막 순간에도 힘겨운 숨을 맞게 된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숨과 숨 사이를 느낄 여유도 숨의 진정한 가치도 잊은 채 숨을 쉬고 있다. 능행 스님은 매 순간 숨을 고르게 쉰다는 것은 깨어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하며, 오늘 하루 숨은 어땠는지 살펴보라고 권한다. 또한 고운 숨을 쉬며 살아가다 맞는 삶의 마지막 순간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