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고통으로 상상하기 이전에 나는 오늘 무척 행복하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수많은 별들이 존재한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별들이 사라졌다 나타난다.
말기 암환자가 통증과 고통 안에서 쉼표를 찍고 방문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말기암 환자들은 진단 받은 후 육체적 치료에 몰입하다 보니 마음은 뒷전 이었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닌다. 어찌 육체만 돌본다고 마음까지 치유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서는 몸과 마음을 모두 돌보는 곳이다. 몸에 집중하느라 삶의 의미를 놓쳐 버린 상실된 마음과 그동안 “왜 하필 나인가?”에 대한 분풀이도 이곳에서는 충분히 토해 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곳은 위기에 처한 분들을 사랑으로 품어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작가가 이런 글을 써 내려갔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한 여성이 충격을 받고 심한 슬픔과 분노에 사로 잡혔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영적 스승에게 조언을 청하자 스승이 말했다.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아요.” 암에 걸린 것은 불행한 사건이지만, 그것을 스스로 더 크게 확대시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암은 자신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암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자 두려움과 싸우던 에너지가 생명력으로 바뀌어 스스로 치유하기 시작한다.
위 글을 읽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토록 고통에만 중점을 두고 해결하려 했던 지난 시간에 대하여 깊이 사유 할 수 있었던 글이었다. 호스피스팀원들은 위기에 처한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안정감을 갖고 혼란스럽고 힘든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학제팀으로 구성된 호스피스팀(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적돌봄가, 자원봉사자)은 전문성을 갖추고 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과 마음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그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뤄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있어 좀 더 희망을 가져 보려하는 환자에게는 희망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경청하려 노력한다. 이곳은 자신의 삶 자체를 인생수업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수업은 참으로 값지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문득 살아있는 나에게 답을 알렸다. 누군가 나를 고통으로 상상하기 이전에 나는 오늘 무척 행복하다. 우리 모두 주문처럼 매일 외워야 할 문장인 것 같다.
능인 │ 자재요양병원 영적돌봄연구실장